'글/parody'에 해당되는 글 20건
- 2011.08.25 새 기모노 - 11.08.25.
- 2011.07.18 Ich liebe dich - 11.07.19.
- 2011.07.03 약속 - 11.07.04.
새 기모노 - 11.08.25.
(닌타마 란타로 패러디 - 쌍닌)
※ 주의
1. 약간의 고어.
2. 성이름을 원작 35권에 등장하는 호테이타케성으로 임의 설정.
---------------------------------------------------------------------------------------------------------------------------
수업 끝내고 한껏 개인훈련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보니 어두운 방안에 작은 등불 하나 켜놓아져있었다.
"어라, 언제왔어?"
"방금 도착했어"
힐끗 뒤를 돌아본 라이조는 저번에 사부로와 함께 가게에서 고른 여성용 기모노를 벗고있었다.
그 기모노는 먹색과 남색을 섞은 듯한 배경에, 꽃잎이 안쪽으로 은은하게 배경색이 드러나게 수놓아진 흰 꽃들이 소매자락 아래로 흩뿌려져있었다.
마치 밤하늘에 흰 꽃들이 내리는 것 같았다.
비단 자체가 비쌌기에 학생에게 있어 제법 고가의 물건이었지만 임무 수행 때문에 어쩔수 없이 둘이 돈을 모아 산 단 한 벌 뿐인 옷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라이조의 등엔 벽에 쓸린듯한 자국과 먼지가 묻어있었다.
섬세한 옷감은 작은 돌에 잘게 흠이 나거나 찢어졌고 모래빛 먼지는 군데군데 옷 주름대로 먼지에 얼룩져있었다.
"몸싸움이라도 한거야?"
라이조는 흠칫했지만 이내 허리를 틀어 뒤돌아 등의 먼지를 손으로 살살 털었다.
책상 위의 거울은 뒤돌던 순간의 라이조 손끝에 부딧혀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아, 이런.. 미안해 사부로. 내가 옷수선을.."
옷을 생각한 손놀림은 조심스러웠지만 그는 분명 당황해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사부로는 그에게 다가와 왼쪽 어깨를 잡아 돌렸다.
"아니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일이 없을래야 없었다.
그는 여장을 한 상태였고, 닌자복이 아니라 기모노였다. 그냥 기모노도 아니고 일반 서민들은 감히 입어보지도 못할 비싼 기모노.
그리고 산적이 들끓는 산이 아니라 성에 완벽한 위장을 하고 들어간것이었다.
고개를 숙인채 도리질하는 라이조를 가만히 보던 사부로가 입을 뗐다.
"고개, 들어봐"
고개를 들라니 그는 눈만 빼꼼 위로 치켜든다. 라이조는 아마 사부로가 자신의 부은 볼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얼굴 좀 보자고"
사부로가 양손으로 라이조의 얼굴을 붙잡아 자신을 향했다.
라이조는 아직 화장을 못 지운 상태였는데, 어설프고 거친 분칠과 조금 번진 연지를 한 라이조 얼굴은 화장을 잘하는 사부로로서는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게 하나 더 있었다.
"피"
"피?"
사부로는 엄지에 살짝 침을 묻혀 라이조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에, 진짜네"
"니꺼 아냐?"
"아니"
"싸운줄 알았는데"
"싸운게 아니라.."
"아니라?"
사부로의 얼굴이 위로 살짝 기울었다.
"아니, 싸운게 맞아"
"제대로 말해"
"어휴"
라이조의 얼굴이 살짝 아래로 기울었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미닫이 문밖의 풀벌레소리가 왜인지 크게 들리는 것 같았고, 둘은 침묵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됐어, 그럼 나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성에 잠입할꺼야"
"네 임무가 아니잖아"
"호테이타케성이지?"
"지정한 성과 임무내용은 기밀사항이야"
"뭐, 알고있으니깐 상관없어"
"으....."
물론 호테이타케성이라는 건 사부로가 지정된 성이 저번 실전수업때 갔던 성과 중복되었기에 선생님과 상담하다보니 알게되었다.
화근이라면 선생이 안일하게 저번에 라이조가 갔던 성을 사부로에게 지정했던 것이리라.
"하긴 너도 알아두면 정보가 되겠지.."하고 라이조는 말을 트기 시작했다.
"임무는 화약고 조사이었어. 엔간하면 마주치지 않는게 좋긴 하지만 화약고 조사중에 창고지기와 마주치는 바람에.. 손님으로 온 아버지를 따라 왔다고. 아버지가 성주님과 대화하실 동안 잠시 거닐고 있을 뿐이라고 했어. 근데.."
"근데?"
왜인지 라이조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지고 붉어졌다. 화나고 억울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조금 고개를 흔들더니 말을이었다.
"주변을 살피더니 날 여잔줄 알고 안으려고 하는거야"
"....."
"벽으로 몰길래 내가 밀치긴 밀쳤는데, 어째 기모노가 움직이기에 힘들어서 다리나 팔을 크게 휘두를 수가 없었어"
그리고 또 잠시간 침묵.
"밀서는 다행히 숨겼지만 그 순간 막 입맞추려고 하길래..."
사부로의 표정은 담담하다 못해 서늘해보였다.
"그 사람 혀를 깨물었지"
라이조는 끝내 고개를 푹 숙였다.
"푸하!"
"?"
사부로의 소리에 억울한 표정으로 라이조가 고개를 번뜩 들었다.
"잘했어"
"여기선 '잘했어'가 아니잖아"
"아냐, '잘했어'가 맞아"
"으휴... 튼, 장난 아니었어. 하마터면 가발도 벗겨질 뻔했어"
"그럼 볼이 부은 이유는"
"뻔하지 뭐, 맞았어. 이 정도로 끝났기에 다행이었지만 내가 남자라는 걸 들켰을때를 생각하면 오싹하다"
"흐음.. 그래에.."
"호테이타케성의 화약고의 창고지기를 조심하라는게 나의 충고야. 에휴"
라이조는 다시 등불쪽으로 몸을 돌려 넘어진 거울을 다시 세웠다. 그리곤 세운 거울을 보더니 잊고있었던 화장을 지우러 가봐야겠다며 방을 나갔다.
사부로 앞엔 라이조가 벗어놓고 간 기모노가 놓여져있었다. 아기 피부같이 주름하나 없이 매끈하고 부드러웠던 옷이 거친 사포에 뭉게서 밀어버린듯 잘은 상처들이 지저분했다.
좀 아쉬웠는지 사부로는 그 위를 손으로 쓸며 혼자 중얼거렸다.
"모처럼 어울렸는데.."
.
.
.
"라이조, 기모노 좀 줘봐"
"아직 수선 못했는데 입어도 괜찮겠어?"
"이 몸이 몸소 수선해주겠다고 나가는거 아냐"
"안 그래도 돼, 오후에 위원회 일만 조금 돕고 바로 나갈참.."
"어차피 지나는 길이라 괜찮아. 그리고 나도 실전수업 때문에 곧 쓸일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빨리 수선해야하거든"
"이런.. 미안해 사부로"
"괜찮아,괜찮아"
"내가 언제 우동 쏠게!"
"엉, 곱빼기로 쏴라"
사부로는 그렇게 유유히 학교 밖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수선집이 아닌 호테이타케성에 도착한 사부로는 당당한 연기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곧바로 화약고를 향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존재를 부정해야할지 긍정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귀신'같았다. '귀신'에는 틀림 없었지만 아름다웠다.
"저기.."
"너,넌 저번의!!"
화약고 창고지기는 사부로가 입은 기모노를 보고 열을 올렸다.
"저번엔 제 동생이 결례가 참 많았습니다."
"언니쪽인가.."
"해서, 제가..."
하고 사부로는 바로 창고 지기를 껴안았는데 창고지기는 처음엔 놀랐지만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냐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택하고 말았다.
현재 시간대엔 순찰도는 병사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창고 지기는 주변을 살폈고 이윽고 화약고의 문이 열렸다.
"여기라면"
"안심할 수 있겠네요"
하고 사부로는 그와 입을 맞춘 채 그를 기둥으로 몰아갔다. 그리곤 부드럽게 허리춤의 칼집이 묶인 끈을 풀고 거친손에 쥐어진 무기를 해제시켰다.
기둥뒤의 그의 손놀림은 바빴다.
'너 같으면'
혀의 놀림이 격해지더니
'동생이 당하면'
그의 혀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 듯했고
'가만히 있겠냐'
끝내는 세게 물어뜯고 말았다.
"으.. 으아아!"
사부로는 곧바로 품에서 더러운 천을 꺼내 창고지기의 입에 구겨 넣었다.
"한 번으로 족했어야지 병신같은 새끼.."
"욱..!욱!"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둥 뒤로 묶여진 손목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화약고는 어두워 힘들다니깐"
사부로는 전체적인 화약고의 조사를 마쳤다.
"다른 성들도 너 같은 창고지기였으면 좋겠다. 그치?"
어두운 곳에서 낮고 음울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절대 밖으로 세어나갈것 같지 않았다. 밖의 세상은 밝았고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이제 이건 필요없으니깐, 너한테 줄께"
그는 자신이 입고온 기모노를 그에게 앞으로 씌워주었는데 기모노 등쪽의 긁힌 자국이 창고지기의 가슴 앞으로 잘 보였다.
때문에 그에겐 창고지기가 물은 천이 점점 피로 물들어가는 건 보이지 않았다.
"옷이 타지 않도록 조심해"
하고 마지막으로 창고지기 머리위로 수명이 다해가는 작은 휴대용 등화를 올려놓고 사라졌다.
.
.
.
.
"짜잔"
"어? 왠 기모노?"
"수선이 안된다고 해서, 새로 샀어"
"진짜? 미안해, 사부로"
"뭐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여튼, 너도 입어 라이조"
"하.. 하지만 난 너에게.."
"돈 같은건 됬고, 우동 곱빼기나 쏘면 돼"
"미안해서 안돼, 얼ㅁ.."
"라이조, 저번에 고서 열심히 복원했었잖아?"
"응? 응, 했었지"
"근데 사라졌지?"
"어, 경단가게에서 두고 누가 가져갔는지 없어져 버ㄹ.."
"그거 나야ㅋ"
"엑?"
"실은 정보료로 네가 갖고있던 책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사방팔방 찾아도 안보이길래"
"나.. 나빴어! 야, 그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야!"
"미안미안, 하지만 얼추 읽고 줘서 나 알고 있으니깐.."
"헌책방에서 겨우겨우 구한 책이었는데"
"아아~ 미안해서 내가 이렇게 기모노 사왔잖아~ 그러니깐 미안해 하지말고 입어줘"
"에휴"
라이조는 자신의 눈치를 보며 기모노를 펼쳐 들은 사부로가 조금은 사부로 답지 않다고 할까, 솔직해보였다.
평소라면 능구렁이 같이 자신의 비밀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거짓된 당당함을 지켜올것 같았는데 말이다.
"이거 비싼거 아냐? 옷감이 저번보다 더 고운데?"
"아냐아냐, 싸. 한 번 입어봐"
"너한텐 좀 작지 않겠어?"
"입어보고 샀으니깐 내 걱정은 마"
그렇게 말하는 사부로의 표정은 요즘 한 동안 먹구름이 낀듯한 표정에서 조금 밝아 진듯 했고,
그런 사부로를 보며 라이조는 곧 고서에 대한 일을 잊고 기분이 풀리고 말았다.
11.08.25.
---------------------------------------------------------------------------------------------------------------------------
여장이 전략이긴 하겠지만 상대가 여자라면 방심을 넘어서 쉽게 넘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쓰게됨.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독점욕 강하고 지적으로 악랄한 사부로를 그려보고 싶었다.
'감히 라이조를 건드려?' 하고 라이조 몰래 일 벌이고 돌아와 애교질......ㄱ=
시대상에 맞게 쓴건지도 모르겠는데 '창고 지기'라던가 '기모노'라던가 내가 쓸 수 있는 단어들이 왠지 어설퍼서 아쉽다.
적나라한 나의 어휘력.
역시 글은 힘들다. 그리면 (마음뿐이지만)한 컷으로 좀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을것 같은데 글로 쓰려니
괜히 쉽게 스킵되거나 반대로 어렵고 지져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난감하다.
Ich liebe dich - 11.07.19.
---------------------------------------------------------------------------------------------------------------------------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학교는 물론 반까지 같은 반으로 배정되는 묘한 인연이 계속되고있는 하치야 사부로와 후와 라이조.
후와 라이조는 반장은 부담스럽다며 많은 득표수에 불구하고 부반장을 자처할만큼 겸손하면서 약간은 소심한 학생.
반면에 하치야 사부로는 야외수업때 종종 사라지기도 하고, 동아리는 귀가부에 들만큼 자유로우면서 약간은 무심한 학생.
그런 둘은 이번 제비뽑기로 자리 바꾸기로 인해 짝궁을 벗어나게 되었다.
"라이조는 창가자리네, 부럽다"
"그런가? 딴짓하기 딱좋은 자리긴하지^^;;"
"여기, 저번에 빌렸던 지우개"
"응, 땡큐"
"빠염ㅋㅋ"
"응ㅋㅋ"
웅성웅성 시끄러운 자리배정이 끝나고 정규 수업이 끝나고 자습시간이 되자
담임 선생님은 각자 공부하라며 자신은 편한 의자에 앉아 그 간 읽고있던 책을 펼쳐들었다.
요즘은 워낙에 대학대학하니깐 아무리 1학년이라고 해도 노는 법이 없기에 자습시간에는 나름 공부하기 바쁘다. 물론 그중에도 자는 애, 조용히 떠드는애, 이미 만화책 빌리러 나가 자리에 없는 애 등 개인플레이는 은근히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말이다.
라이조는 나름 졸린 눈을 억지로 띄우며 문제집을 풀고있었다. 학교 밖은 학교 안에서 낑낑대고 공부하는 아이들은 상관없다듯 따뜻한 햇빛으로 가득했고 가을이 옴을 알려주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있었다. 그런 바람은 라이조의 코 끝을 지나며 잠을 깨우기 보다는 잠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그 바람은 사부로에게도 닿았는데 그는 고개를 숙인채 바람이 자신에게 닿았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했다.
'창가라 눈이 조금 부시긴 하다'
자습마저 끝나고 종례를 마치자 아이들이 눈 깜짝할 사이 학교를 벗어나고 있었다. 마치 파도가 쓰윽 빠지는 것과 같아서 교실 안은 그저 매마른 뻘만 남은듯 했다. 뻘에 남은 조개는 라이조와 다른 청소당번 타케야가 있었다.
"으으~하필 수업이 적은날 청소냐구~"
"별로 안더러우니깐 금방 끝내자"
"에휴~"
투덜거리는 친구를 겨우 달래고 빗질을 시작하는 라이조 등뒤로 다시 타케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라이조"
"또 왜~"
"이거 너 아니냐?"
하고 눈앞에 치켜올려진 종이엔 자습시간에 졸고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있었다. 별다른 도구없이 연필과 지우개로 그린것 같은데 그림이 연필이라는 소재때문에 조금 거친듯 하면서도 라이조의 모습엔 섬세한 필선이 느껴졌다.
역광 때문인지 선이 살짝살짝 지우개로 지워져있어 전체적인 모습은 은연히 빛이나고 있었는데 안풀리는 문제 때문에 쩌든 모습이 아닌 정말 편안히 잠든 모습같았다.
조금 벌어진 입, 편안한 눈썹 살짝 날리는 머리카락, 조금 건드리면 샤프를 떨어트릴 것 같은 손까지 무엇하나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창밖에 작은 곤충 하나 날라드는것도 그려져 있어 그림 그린사람이 얼마나 관심있게 보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자고있었나'
"되게 잘그렸네~ 누가 그린거지?"
".....글쎄다, 미대준비한 애가 수업시간에 심심해서 그린건가봐. 야, 빨리 끝내야겠다"
라이조가 시계를 보며 대충 말을 돌렸다.
"아씨, 친구들 밖에서 기다리는데.. 빨리빨리 끝내자"
라이조는 그 그림을 자신의 자리에 몰래 올려놓고 가방으로 가렸다.
"잘가 라이조~!!" 친구들과 범벅이 되서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타케야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다른 손으로는 교실문을 잠그고 있었다.
교실문을 다 잠그고 청소가 끝난 교실을 물끄러미 들여다 본 라이조는 많은 책걸상을 훑다가 사부로의 자리를 찾았다.
그렇게 잠시 빈 교실을 보다가 라이조도 발걸음을 떼었다.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사부로와 라이조 사이의 별다른 관계 변화는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리가 떨어져있어도 쉬는 시간마다 장난치고 매점에 달려가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계속됬다. 자습시간에도 라이조는 사부로의 시선을 느낄 수 없었고 사부로는 그저 음악을 들으며 엎드려 자거나 앞에 있는 애와 내기하기 바빴다.
'역시..'
하고는 라이조는 순간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리고 어느날 이동수업시간. 이 날은 음악과목의 가창시험이 있는 날이었는데 사부로는 죽어도 그게 싫다고 하여 땡땡이 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부로~ 이거 필기시험은 몇 점 안되고 수행평가로 거의 다 먹고 들어간단 말이야"
"아아, 근데 난 노래 정말 싫은걸..나 완전 음치야"
"너 노래방 갔을때 노래 부른거 들었거든? 음치아냐"
"정말 딱 한곡 불렀잖아. 그걸로 어떻게 판단하냐?"
"여튼, 가자~"
"아아 싫어싫어. 위에 올라갔다가 종치면 내려올게, 너 시험보러가. 수업시작 종쳤어 "
사부로는 그렇게 말하곤 휘적휘적 걸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학교 선생님들중 몇몇은 담배피러 종종 옥상문을 열어놓곤 하는데,
선생님들이 언제 옥상문을 열고 담배를 피는지도하나하나 다 파악하고있었던 사부로라 옥상에 올라가는 일은 자주 있었다.
아무도 없이 텅빈 옥상엔 큰 바람이 불고있었고 바닥은 너무나도 하얘서 눈이 부셨다.
'오랜만이다'
그 간 안피웠던 담배를 피니 들이키자마자 바로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왠지 부실해보이는 스텐레스 난간을 붙잡고 쭈그려 앉아 눈물나게 기침을 했다. 그렇게 쭈그려 앉아있으니 아래층에 있는 음악실에서 어설픈 노랫소리들이 가깝게 들렸다.
곡은 '오 솔레미오' 아니면 '이히리베디히'. 사부로는 도대체 왜 한국인이 독어나 이태리어를 해야하냐며 라이조에게 투덜댔던게 생각났다.
"시작할게요"
라이조의 목소리가 나즈막히 옥상위로 들려왔다. 조금은 떨리기는 하지만 나름 차분한 목소리였고 낯선 독어 때문인지 발음은 왠지 국어책 읽는것 마냥 똑똑 부러지는 느낌이었지만 음량은 적당했다.
'이히리베디히... 오 솔레미오를 더 많이 부르던데..'
멍하니 그렇게 라이조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난간에 놓여진 담배쥔 손을 잊은채 머얼리있는 옅은 푸른색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순간 사부로는 손까지 올라온 담뱃불에 놀라 담배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라이조의 노래도 잠시 멈췄다.
'schütz' und erhalt' uns beide'
"schütz' und erhalt' uns beide"
사부로는 떨어트린 담배 위로 침을 뱉었다.
이윽고 수업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곧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수행평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학급게시판에 붙은 공개용 수행평가 성적표에 아이들은 컴퓨터용 사인펜을 들고 와르르 붙었다. 라이조는 그 성적표를 붙인 장본인인지라 여유롭게 앉아있었고 사부로는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어 앉으라는 선생님의 호령에 아이들은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몇몇은 느긋하게 자리에 앉긴 했지만.
지겨운 수업은 길었다. 사부로에게 있어 문제집은 이미 눈밖에 난지 오래였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저 밖에서 지저귀는 참새 소리같았다.
그런 수업을 열심히 듣고있는 라이조가 대단할 따름이었다. 턱을 괴고 그런 라이조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한손으로는 연필을 돌리고 있었는데 왜인지 점점 돌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 사부로를 라이조는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 앉은 친구가 떨어트린 펜을 웃으며 주워줬다.
사부로는 무언가를 주워주는 라이조가 순간 자신을 바라본것 같은 느낌을 받아 순간 놀라 움찔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돌린 연필이 손에서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역광이라 얼굴이 잘 안보였는데..설마..'하고는 자신이 잠시 본 라이조의 모습을 기억을 살려 빠르게 스케치했다.
대개 누가 볼까봐 빨리 그리는 편인데 그 짧은 시간이나마 무심하게 웃기만 하는 가면같은 사부로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그리고 고민하느랴 조금은 찡그린 눈썹이 떠올랐다.
'아.. 담배가 다시 땡겨...'
이번엔 한번도 콜록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피워냈다. 난간에 기대서 바글바글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아래로 자신이 떨어트려버린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보였다.
'여기 화단은 청소안하나'
"사부로!" 출석부를 겨드랑이 사이에 낀 라이조가 옥상 철문을 열고 나타났다.
"음? 라이조? 왜 라이조가 여기에.."
"음악시간에 담배폈지!"
"아.. 어... 아니.."
손을 뒤로 감추는 사부로의 모습은 아무리봐도 담배를 감추는 모습이었다.
"이..이...."
라이조는 사부로의 손목을 앞으로 잡아내어 사부로 눈앞에 흔들어냈다.
"담배. 끊기로 했잖아!"
"아니, 그게.."
"그게, 뭐"
"너 때문에"
"왜 나때문인데"
"여튼, 너 때문이야. 어휴, 몰라. 이젠 안핀다-. 됬지? 간다"
"잠.. 잠깐만.."
"?"
"이.. 이거.."
주섬주섬 가방에서 곱게 책에 끼워진 종이 하나를 꺼낸 라이조는 조금은 두려운 눈으로 사부로에게 말했다.
"네가 그린거야?"
조금은 '헉'한 사부로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
"아니"
생각 외의 대답에 라이조가 도리어 놀라고 말았다.
"진짜.. 진짜 아냐?"
"진짜 아냐"
고개를 숙이고 담배연기를 내뱉는 사부로의 표정을 라이조는 알 수가 없었다.
"법사 시간에..."
사부로는 움찔했다.
"봤는데 너..."
그때의 단 몇초간 서로는 서로 바라보고있다고 생각치 못한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봤다고 너, 사부로."
가끔가다 라이조는 직설적일 때가 있다. 평소 사부로가 그러는데 가끔 라이조도 사부로 못지않게 몰아세운다.
'원천봉쇄'같았다.
사부로는 별 말을 못하고 담배를 비벼 끄곤 바닥에 내려놨던 가방을 집어들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너무나도 깔끔하게 가버리는 사부로를 잡질 못하고 라이조는 보내고 말았다.
그 일 뒤로 둘은 주변 사람들이 싸웠냐는 소릴 들을정도로 관계는 서먹해졌고, 왜인지 사부로가 라이조를 더 피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부로는 왠지 갔다간 라이조가 쫓아올 것 같아 옥상마저 가지 않았다. 쫓아와 뭐라 말할것 같았다.
친절한 그 얼굴로, 상처받았으면서도 괜찮은 얼굴로 자신을 부정해줄것 같아 너무나도 무서웠다. 저번 옥상에서도 라이조와 대면했을때도 숨이 턱 막혀 죽을것 같았는데 이번에 더 크고 무거워진 그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라이조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당당하지 못해 분노하면서도, 서먹해진 현재의 관계에 슬퍼했다. 너무나도 복잡해진 마음에 평소에 종종 그리던 그림도 안그린지 오래되었다.
그런 사부로에 비해 되려 옥상을 찾게 된 사람은 라이조였는데 라이조는 담배 대신 종종 옥상 바닥에 앉아서 사부로가 그린 그림을 보곤했다. 사부로가 있나없나 알아보러 왔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몇 번했다가 얼추 옥상이 비는 시간을 꿰었다.
'새하얗고, 조금 불안전하면서도 자유로운 곳이네'
사부로를 닮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주저앉아 그림을 보니 예전에 사부로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친구'였었던 시간들.
물론 싫은 건 아니었지만 라이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사부로에겐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겠지만 사부로를 친구 이상으로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왜냐면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남자는 여사를 사랑한다고 좁은 사회에서 나마 배웠으니깐. 그리고 그게 정상이라고 무의식중에 박혀있었다.
'그럼 '정상'이 아닌걸까. 사부로는'
라고 생각하니 가슴속이 뭉클했다. 조금은 역겨움같기도 하고 울컥하는 슬픔같기도 했다.
친구였던 시간들이 사부로에게 있어 얼마나 간 떨리고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았다는 점이 씁쓸하면서도 그저 좋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실은 첫 감정은 '역겨움'이 맞았다.
'아아. 어쩌지'
"사부로, 네가 문잠궈라. 나 학원 차 떠나면 학원시간 못맞추거든"
"어어, 그래"
"그럼 부탁할게. 담엔 내가 잠군다!ㅋㅋ 안녕!"
"엉, 잘가~!"
교실문을 닫고 문을 잠구려니 창가 자리에 가방 하나가 보인다. 브랜드에 민감한 다른 아이들과 달리 꼼꼼히 바느질되어 야무지고 윤기나는 말의 갈색빛 짧은 털같이 갈색빛 나는 가죽 가방은 비싼 가방이긴 해도 오래썼는지 가죽이 약간 부셔져 떨어졌다. 하지만 잘 관리한 듯 별다른 흠이나 얼룩하나없이 깔끔했다.
'라이조..'
"끼기이익"
무게에 비해 가볍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옥상 철문을 열자 라이조의 뒷모습이 보인다. 깊은 생각을 하는지 문을 열고 사부로가 왔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등 너머로 얼마나 꺼내 봤는지 종이 가장자리가 닳고 조금은 구깃해진 종이가 바람에 펄럭였다.
라이조는 '투욱'하고 등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뒤에서 사부로가 앉아 라이조의 등에 머리를 툭 대고 말했다.
"미안"
사부로가 사과했다.
"미안해"
사부로가 다시 사과했다.
라이조는 아무말도 안했는데, 사부로는 그 점이 더 아프고 슬프게 다가왔다.
"사부로, 멋진 그림 그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과하지 마.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그래"
라이조는 하늘을 바라봤다. 왠지 눈물이 날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해야했다.
"고마워, 사부로."
"...응"
머리를 대고있으니 안쪽으로 울려 라이조의 목소리가 머리로 전해오는것 같았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이 난생 처음으로 깊고 슬프게 와닿았다.
11.07.19.
---------------------------------------------------------------------------------------------------------------------------
어제부터 쓴 걸 오늘 완성. 너무 빨리(라고쓰고 대충이라 읽는다) 쓰는건가 싶기도 하고..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네.
아니 맞고 틀리고가 없나? 개인차?
이렇게 긴 걸 써보기는 처음인것 같은데.. 솔직히 좀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함.
흐름이 이어지게 좀 늘여쓰고싶긴한데 옛날에 친구가 내 글은 별 사건없이 길다고....ㅋ
괜히 자연스럽게 풀지도 못할거 이야기가 지루해지기 때문에 끊었다.
맨날 낙서하고 씀. 엄청난 선찍로그이긴 한데 '써야지!'하는 느낌이 오는 것은 왠지 그림이 아닌 '낙서'이다.
왜일까? 시간나면 정성들여 그려보도록 해야지..언젠간.. 언젠간...
게이물을 너무 하하호호 좋은것만 써서 이번엔 약간의 현실을 담았다.
만화나 '사랑의 힘'이지 현실은 시궁창.
약속 - 11.07.04.
---------------------------------------------------------------------------------------------------------------------------
워낙에 나라가 전쟁통이니깐.
직업이 직업이다보니깐.
그리고.
약속 했으니깐.
그림자의 세계. 닌자라는 것은 전혀 멋지지 않았고. 전혀 훌륭하지 않았다.
'살인'에 있어서 그 어떤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사라지고 집이 불에 타 없어졌을 땐 무엇을 해서 살아야 하나 했지만
까만 재에 더러워진 손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것이라곤 아버지의 '복수 하지 말아라'라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복수가 끊이질 않았고 난 어째선지 닌자 선생을 하고있었다.
같잖은 운명으로 덴조 선생님을 만나 학교 선생님이라는 거창한 직명도 생겼다.
왜인지 '닌자'학교 이지만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겼고, 그만큼 지켜내야 할 것도 많이 늘어났다.
기분좋은 압박감이었다. 그저 단순한 포만감이 아닌. 압박감.
도이 선생은 하늘에 시선은 고정시킨 채 목에 두른 키리마루가 준 남색 머플러에 손을 댔다.
"선생님 목을 지켜줄꺼예요! 이거 막 더러워지고 그러면 세탁비 받을꺼니깐 각오하시구요!"
"잊지 말아요, 이거 빌려 드리는거예요. 꼭 돌려주셔야 해요!?"
키리마루는 거의 매달리다시피 도이에게 달려들었다. 짐 챙길 때부터 옆에서 쫑알쫑알 자꾸 귀찮게 굴더니 떠나기 직전까지도 붙잡았다.
"알았어, 꼭 돌려줄께. 지금 늦었어 가봐야해"
이번 전쟁이 오래 지속되는 장기전이 되고있어, 이것저것 챙길게 많아 출발이 늦어진 도이 선생은 긴장감과 급한 마음이 한 데 뒤섞여 마음 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주셔야해요. 남한테 전해 받으면 그게 정말 제 껀지 믿을 수가 없어요"
"알았다니깐, 약속할께"
"꼭이예요!"
'지켜준다니.. 하.. 정확히 정가운데거든?...'
새벽 4시. 잠입 인원은 다섯 명으로 둘 씩 짝지어 두 팀과 도이 선생으로, 선생들이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주고 도이 선생이 적진의 밀서를 가지고 나오는 길이었다.
잠입해서 밀서 입수까지는 함께 행동했지만 성 탈출은 도중에 타 닌자에게 발각되어 뿔뿔히 흩어졌고, 성안은 경계령이 내려져 비상사태가 되었다.
실기에 조금 약한 도이선생을 되도록이면 성 내부인과 마주치지 않게 타 선생들이 길을 터주었고 작전상 도이 선생이 단독으로 행동해야했기에 도이 선생만 가장 은밀한 뒷길을 이용한 작전을 짰을 터인데 작전은 호락호락 계획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성 밖까지는 탈출에 성공했지만 유독 한 닌자가 숲속으로 도망치는 도이 선생을 놓지 않았다.
'위험해..'
불안한 예감을 직감한 도이는 작전시 정해두었던 장소로 적을 유인했다. 얼추 그 닌자와 거리가 있어 가능한 작전이었다.
약간의 함정을 만들어 놨는데 지금 따라오는 닌자는 아마 실력으로 보아 걸려들 것 같진 않았기에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함정에 밀서를 넣으려는 것이었다.
작전회의시 이 사항은 충분히 의논을 해두었기에 타 선생들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모두들 함정이 그렇게 이용되기를 원하진 않았고 의견을 내놓은 장본인, 도이도 마찬가지였다.
수풀 뒤로 성 잠입전에 만들어 둔 약간의 표식이 보였고 그 뒤로 사선으로 도망치면서 밀서를 함정에 몰래 던져 넣었다.
적은 화승총 점화준비로 보지 못했을 뿐더러 보았다 하더라도 큰 수풀에 가려져 떨어지는 밀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적어도 도이와 키리마루에게는.
"타앙!"
하는 소리가 숲속을 울렸고 이름도 모를 작은 새 몇 마리가 놀라 하늘로 날아갔다.
화승총의 존재를 알아차리자마자 총알은 총신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도이에게 날아갔고 가뿐히 도이의 목을 통과했다.
목 정 가운데.
그 닌자는 급하지 않는 걸음걸이로 천천히 쓰러진 도이에게 다가왔고 말없이 능숙한 몸놀림으로 몸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눈 외엔 얼굴을 가리고 있어 알아볼 수 없었고 그 닌자의 눈은 도이를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죽어있는 동물을 보는 듯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라니..'
수색을 마친 닌자는 아군에게 보내는 간단한 봉화를 피워 올리기 위해 자리를 보는 중에 도이의 함정을 발견했다.
도이는 그런 그를 힐끗 보고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자칫 잘못하면 본능적인 눈빛만으로도 밀서가 발각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잘 안 보이도록한, 작아 보이는 함정. 야무져 보였지만 실력있는 닌자에게는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
"하하, 너무 우습게 보였군.."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닌자는 봉화 작업을 마무리 한뒤 도이를 남겨둔 채 소리없이 사라졌다.
그건 실제로 별로 긴 시간은 아니었다.
남은 시간은 적었고 흐름이 빨랐다.
"쿨럭"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가빠오고 숨도 가빴다. 머리도 심장박동에 맞춰 쿵쿵 내리치는것 같았다.
도이는 닌자가 몸 수색하고 내버려 둔 자세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날은 밝아있었고 날씨는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서서히 몸이 마비되면서 세세한 신경들이 죽어가는게 느껴졌고
구름에 뒤덮힌 하얀 하늘은 이젠 기하학적인 무늬로 뒤덮혀지더니 점점 어두워져만갔다.
"으.. 꼭이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어. 선생님 그냥 안가면 안되요?"
"키리마루, 그럼 안돼. 임무를 하고싶어서 하고 하기 싫어서 안 하고 할 수 있는게 아냐. 그리고 그래선 안돼."
"...."
도이의 옷자락을 잡고있던 작게 떠는, 억누르고 있던 그 떨림의 작은 손이 생각났다.
'이렇게 상처를 줄 바엔 약속 같은 건 하는게 아니었는데..'
아마 밀서를 두는 시간을 줄였다면 울창한 숲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화승총을 피할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아보이는 함정 밑에는 생각보다 크고 깊은 바닥이 존재했고, 빠졌다면 프로 닌자도 쉬이 빠져나올 순 없었을 것이다.
작전 종료 후 얼마 안 가 선생들이 쓰러진 도이를 발견, 깊은 바닥 속 덩그라니 떨어진 밀서는 무사히 입수했다.
11.07.04.
---------------------------------------------------------------------------------------------------------------------------
도이 선생님 미안요;; 죽음 주의로 썼다가 뻔하고 스포스러워서 그냥 개방적으로.
열린 결말 참 쉽죠?... 그리고 함정에 밀서 던지기ㅋ 이런 전략이 실제 있는지는...ㅋ 막 생각난거 쓴거라;
탓할 사람은 메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