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선영화로 보게된 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에 연극까지 있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보지 않았다;;
해서, 작품을 영화로 처음 접하게 된거였는데 제대로 동감가고 감동받고.. 언니고 엄마고 나고 모두 눈물 찍어가며 봤다.
('늙지마 여보'하는 장면엔 정말..)
큰 영화 헤살없는 줄거리를 말하자면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좋아하게 된 할아버지와 근처 주차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의 각각의, 그리고 서로의 추억을 그린 내용이다.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혼자서만 살아온 이뿐이 할머니,
소싯적엔 아내에게 냉담하게 대했지만 사별 후에 이뿐이 할머니를 만나고 조금씩 자신의 배려를 표현 할줄 알게된 만석 할아버지,
치매걸린 아내를 끝까지 사랑하고 미소지으며 손을 잡아준 군봉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병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남편과의 추억을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간직해준 순이 할머니.
송씨 할머니는 정확한 시간에 우유를 배달하는 만석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소리를 알람삼아 일어나 주차장에 세워둔 리어카로 폐지를 주우러 나간다. 만석 할아버지는 눈내린 언덕에서 폐지담긴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를 걱정하여 자주 돕고 우유팩을 건내주면서 은근 호감을 나타내곤 했다.
어느날 알람소리를 못들어 헐래벌떡 일어난 군봉 할아버지는 문을 안잠그고 나가는 평소 없던 실수로 치매걸린 아내 순이 할머니가 집을 나섰고, 이 사실을 안 송씨할머니와 군봉 할아버지는 늙고 힘없는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온 동네를 찾아다녔다.
그 때 순이 할머니를 찾아낸건 만석 할아버지. 겉으로는 욕도 잘하고 툴툴 대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가 내복차림에 맨발로 모래를 먹고있는 모습을 보니 절대 지나칠 수 없었다. 집에 오토바이를 끌고나와 순이 할머니를 뒤에 태우고 집을 찾아주려 했지만 순이 할머니는 집이 여기다 저기다하면서 꽃나무 길 아래로 남편과 오토바이를 탔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그러던 중에 송씨 할머니를 만나면서 만석 할아버지와 군봉 할아버지는 인연이 생겼다.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우유를 건내주며 호감을 나타낸 만석 할아버지에 송씨 할머니는 만석 할아버지의 편지를 읽기 위해 글을 배우기시작했고 할아버지의 배려로 독거노인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되었다. 무엇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해서야 만든 주민등록증의 '송이뿐'이라는 이름은 다름아닌 만석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이 넷의 노인들은 늦은 나이에 새로운, 소중한 인연으로 새삼스럽지만 자신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고 다시금 새롭게 행복을 향해 변화하였다. 하지만 순이 할머니의 건강 악화로 조금씩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군봉 할아버지는 조금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주 들를께요'말만 하며 분가한 두 아들과 딸을 마지막으로 보고 뒷모습을 배웅 했다.
군봉 할아버지는 만석 할아버지에게 어느 한 부탁을 하고 순이 할머니와 함께 세상을 떴다.
장례식장에서 호상이라며 수군대는 조문객들에게 화를냈던 만석 할아버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뿐이 할머니에게 자신은 이만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가 있는 노인분들. '언제가도 이상할 거 없지 않은가?'하는 웃기지 않는 농담을 하셨던 나이다.
더이상 내일에 관해 믿음을 가질 수 없을 불안한 하루하루.
그 중 하루가 군봉 할아버지가 세상 뜨는 날임이 너무나도 큰 슬픔과 충격으로 다가올것 같은 이뿐이 할머니는
그렇게 떠나셨지만 그렇게 만석 할아버지를 고마워하고 사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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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있노라면, 사람이 늙는다는 건 그냥 시간이 몸에 흡수 됬을 뿐이지 혼에 있어선 그 어느것도 달라질 것 없다고 생각된다.
나이가 들어도 그 모든 걸 느끼고 교감을 원하는 거다. 어찌보면 더 섬세하고 사랑을 필요로하는 존재인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늙어감에 따라 슬하의 자식이 독립을 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즈음, 가장 의지가 될 사람은 진심 배우자 밖에 없다. '인생의 반려자'라는 단어가 괜히 붙는게 아니었다.
호호 할머니가 될 때면 부모님은 살아계실리 만무하고, 분명 자식들은 자신의 자녀들과 노후대비 때문에 돈벌기에 정신없을터.
남는 거라곤 자식도, 돈도 아닌 처음으로 함께 가족을 만들고 꾸려온 배우자.
영화를 보면서 배우자의 중요함을 느꼈다. 그냥 같이 산다고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는게 아닌것 같다. 상대를 위하고 '끝까지' 함께 늙어갈 사람이 배우자인거다. 그 자리는 자녀가 메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사랑스럽고 훈훈해보일 수도있지만 어찌보면 이는 정말 슬프다. '남는' 게 배우자 '뿐'이라니.
분명 세대교체는 어쩔수 없는 자연의 섭리겠지만 인간은 짐승과 다르다.
늙고 힘없다고 그렇게 쉽게 사회와 가족에서 도태된다는건 너무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짐승마냥 한 두 달, 고작 몇 년으로 다 키워 내보내는게 아니잖는가. 수십년을 함께하고 필요할때 도움을 주고 아플때 챙겨주는게 자식과 부모간의 관계였는데..
사람에게 '덕'이 있음에도 그저 책임에만 치중해서 점점 인격을 잃어가는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면 마냥 훈훈하고 좋은 기분만 느낄 순 없을것이다. '거북하다' 도 소감중 하나이다.
사회의 일면을 거울마냥 비추고있는데 마냥 아무렇지 않진 않다. '난 안그래!'해도 나도 사회의 일원 중 하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