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16.06.08.
그 아이는 왜인지 기분 좋은 일이라던지 뜻밖의 운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면서도 은근 불안해하는 편이었다.
나를 만나면서 얼굴이 많이 밝아졌지만 그만큼 불안한 표정도 종종 비쳤던 것 같다.
내가 자기에겐 있을 수 없는 너무 큰 행복이라며,
감당하기 힘든 행복이라 분명 그에 대한 댓가를 치를 것 같다며.
유독 나를 잃는 두려움을 늘 달고 살았는데
행복할 때 마음껏 행복할 수 없는 그런 모습이
나에겐 늘 박혀있는 가시처럼 껄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냥 '가시'정도, 민감한 '애정'이라 생각했다.
그 두려움은 현실에서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 승진 축하 기념으로 한 턱 쏘기위해 저녁 약속을 잡았다.
물론, 근무시간동안 별일 없었고 주고받는 카톡도 늘 여느 때와 같았다.
그런데, 엔간하면 늦지않는 그녀가 늦어 전화를 걸어보니 왠 낯선 남자가 받았다.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렇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 가시는 사라질 거라 생각했지 이렇게 깊이 박힐 줄도 몰랐다.
아니, 그게 과연 '가시'가 맞긴 했나?
그녀의 침대 옆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뭘 잘못했던 걸까. 어디서 잘못된걸까. 어떻게 해야 했었을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한결같이 후회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들이 다르게 기록된다.
내가 잘못 보아왔던걸까. 웃는 얼굴이 아니었던 걸까.
막연한 두려움이 내가 아니라 본인이었던걸까.
수많은 생각의 늪에 빠져 꾸벅꾸벅 졸고있었는데
팔에 손가락으로 가늘게 긋는 감각이 느껴졌다.
놀라 고개를 드니,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리곤 쉰소리로 말한다.
"못 보는 줄 알았어, 못 보면 어쩌나 하고..."
덜덜 떨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나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지금에야말로,
지금에야말로 그녀는 안도와 행복으로 가득찬 미소로 날 바라봤다.
다른 사람같았다.
"그건 내가 할 말이었는데..."
그녀의 손을 두 손 모아잡고 울고말았다.
그녀가 의식이 없었던 3일간
내면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진 모르겠지만 사고 후 그녀의 눈빛이 달라진 건 분명했다.
예전의 불안감에서 묘하게 초월한 듯한 느낌이라 괜찮은 건가도 싶었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은거 아닐까.
(가시가 다른 형태로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