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감상
플루토에서 아침을(원제:breakfast on pluto)
다흘
2009. 11. 13.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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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게이었던 패트릭 키튼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고 자신을 확실히 표현할 줄 아는
폭력을 반대하고 스타킹과 캔디를 좋아하며,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거칠것 없는 '여자'였습니다.
그 만큼, 지극한 욕도 먹고 배신도 많이 당합니다.
키튼이 아무리 진심으로 다가서도 상대방은 거짓과 배반으로 돌려주죠. 진정한 사랑도 해보지만, 쉬이 다른사람에게 빠지고 이용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으로 인해 런던이라는 도시는 아일랜드인 키튼을 전혀 받아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키튼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데다 그런 세상과 사람들을 보고 왜그리 심각하냐며,
오직 자신의 친엄마 '유령숙녀'와 진정한 사랑의 상대를 찾아 헤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신스런 사람들을 전혀 내치지 않으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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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기대안하고봤는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장르를 코미디라고 해서 봤는데, 코미디인데 블랙코미디이랄까 웃는게 그저 웃는게 아니네요.
보는 내내 유쾌하고 엉뚱한 키튼 때문에 소소하게 웃곤 했는데,
말 밖으로 내는거라곤 동화스러운 자신의 이야기와 상대방을 향한 가볍고 관심어린 말 들.
그런 키튼을 보는 내내 불안불안했습니다.
늘 저렇게 애타게 사랑을 갈구하는데, 오히려 꾀어 들어가 이리저리 채이니, 저러다 모든걸 포기해버리는거 아닐까하고.
게다가 키튼은 심적으로 큰 충격과 상처로 다가올것들도 너무 무모하게 받아들이려는것 같았거든요.
[정말 중간에 나오는 부챕터마냥 도가 지나치다고나할까]
마치 위험한걸 모르는 아이처럼. 하지만 알면서 부닫히려는 그였기에 더 아슬아슬했던것 같습니다.
위험한 공화당 관련 무기도 대담하게 버리고, 아일랜드인인 자신이 받고있는 의심과 오해를 받아 얼굴이 피떡이 되면서도 크게 부정하지 않으며, 너무 외롭고 고된 세상과 동떨어진 교도소로 편하다며 돌아가려 하고.
정말 현실적인 사람으로 봐서는 전혀 심각하지 않은 캐릭터였습니다.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현실 사람같지 않았어요.]
심각해질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껴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선 그 모든게 모두 부질없어 보였겠죠. 사회와 세상이 그럴뿐이지 자신은 전혀 관계없다는 듯이 말이죠.
아마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건 한 가지 밖에 없었겠죠.
키튼의 성장배경과 성정체성을 보면 그 누구도 그녀가 행복하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아무리봐도 비극적이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소나마 웃을수 있게 해주는건 초지일관한 그 모습 덕분이었겠죠.
자신을 그대로,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그런 순수한 자신을 여성으로서 부정하지 않는것.
그런 당당한 모습이 되려 슬퍼보일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신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우정만큼은 멋지게 지켜내는,
'포용스러운' 그녀의 모습이 본받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