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 13.06.10.
"꿈에서 은하수를 봤어"
"그래"
"많은 별들이 모두 비슷하게 빛나더라"
건호는 듣는 둥 마는 둥 슬슬 활동하기 시작한 모기를 손으로 쫓아냈다.
"만약, 내가 여자가 아닌 무성의 존재라면, 모습도 형태도 정해져있지 않은 무언가라면,
넌 날 어떻게 알아볼까"
"...."
"세상의 이치가 다 무너져내리고 모든 것이 큰 구분없이 현재의 감각으로는 상대를 판단할 수 없게 되버리면"
"그래도 달라질 건 없어"
"...."
"너는 너. 나는 나. 과거가 어찌됬든, 모습이 어찌됬든 존재는 그대로 일테니까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면 그 때는 그 때 나름대로 네 존재를 느낄 수 있을껄"
"대박이네"
"다들 어떻게든 살기 나름이야"
"살기 위해서라지만 위안은 된다"
윤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육 소시지 포장을 뜯어서 건호에게 건냈다.
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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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한다.
어렸을땐 몰랐는데 살면서 남녀 성에 대해 참 많이 얽매여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태어나면서 호르몬의 조종(?)을 받고 일생을 살아가는데
과연
그런 신체작용(?) 하나 없이 이성을 좋아한다던가 남여의 평균적인 성격이 무시된다면,
게다가 내면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모습, 목소리, 억양 등 외양적인 것들도, 싹 다 무시된다면
개개인에게 무엇이 남을까 하고.
남는 건 성격과 재능.
이겠지만 아무래도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진 고유한 무언가가 있어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 볼 수 있으면
터져나는 인구 속에서 조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