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Original

껍데기 조아해? - 11.05.23

다흘 2011. 5. 23. 12:06

"내가 좋니?"
"당연하지 안좋아하면 이렇게 같이 있게?"
"내 몸이 좋은건 아니구?"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부족한거 있니?"
"그건 또 무슨소리야?"
"더 필요한건 없어?"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거냐구"
"돈이라던가, 섹스라던가, 애교라던가, 칭찬이라던가.. 온갖 사탕발린 것들이 더 필요한건가 해서"
"날 뭘로보고.."
"인간으로 보지"
한동안 침묵.
"난 더 악독하게 굴거야. 너에게 더 쓰고 더 짖궂게. 더럽고 치사하다고 생각하면 떠나도 좋아"
그렇게 조금 태연하고도 진지하게 말해놓고선 순간 웃긴 생각이 들어서 조금 피식 웃고 말았다.
남자가 자신을 벗겨놓고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 멍청하게 쳐다보는 눈빛이 떠올랐었다.
"웃어?"
"순간 웃긴게 생각나서"
"이 상황에 웃음이 나?"
"넌 화나겠지만 난 화 안나"
"장난해?"
"아니, 장난으로 이런 대화하지 않지. 재미없잖아. 난 진심으로 묻고 진심으로 대답을 원할 뿐이야"
"날 시험하는건가?"
"시험한다고 느껴? 이런걸 시험한다고 하나..."
어이가 없는지 남자는 살짝 어그러진 눈썹으로 억울하게 쳐다봤다.
"헤어져?"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헤어질려고 이러는거 아냐?"
"헤어질 작정은 없었는데"
"시험하는것도 아니고 헤어지려고 하는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냥"
"그냥?"
"아까 말했잖아. 궁금했어. 그래서 물어보고 대답을 원한것 뿐이라니깐. 거짓말이라도 괜찮아"
"......."
순간 남자가 울었다. 울었다기 보다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곧 떨어질듯이 눈물이 맺혔으니 운게 맞을 것이다.
"넌 내가 그저 옆에서 하하호호 대면 좋은 사람으로 보였냐? 어? 아무 여자나 대충 사귀고 기분좋게 헤어지고 그런 남자로 보였냐고.."
놀란 여자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갸웃했다.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질게. 나보고 속물이라고 해도 별수 없어. 돈, 섹스, 애교.. 사탕발린 것들 다 좋은걸"
'헤헤'하고 여자는 속으로 웃어버렸다.
"나쁜놈이네~"
"미안"하고 남자가 살짝 여자를 안았다.
"응, 괜찮아. 나도 좋아해, 나도 좋아해" 하고 넓은 등을 작은 손으로 토닥였다. 살살도 아니고 강하게도 아니고 적당하게.
마치 '내 대답은 신경 쓰지마~'라고 넘기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나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뭔가가 '음?' 하고 남자가 움찔했지만 판 깨기 싫어 그냥 안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안 변한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나도 너 좋아하니깐, 괜찮아. 고마워, 대답해줘서"
"근데 왜 갑자기 그런건 물어?" 순간 남자는 품에서 떼어 여자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아까 답했는데 '그냥' 이라고"
"사람 들고 놓는거 나쁜거야"
"죄송합니다~"
여자는 조금 불안했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껍데기만을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고. 분명 그런걸거야 하고.
그리고 만약 그런거라면. 정말 그런거라면 아무리 그녀라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이렇게 일단락이 났다.

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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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알게 된 사실.
과제 도피하면 글이 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