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Original

달에 홀리다 - 11.05.19.

다흘 2011. 5. 19. 23:13

이래저래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자다가 책 읽다가를 반복했는데 그렇게 맘 편하게 자다가 자신의 코고는 소리에 깼는데 다행히도 중간고사 기간도 아니었고, 얼마 전 공무원 시험이 끝난지라 도서관엔 아무도 없었다.
창밖을 보니 이미 밤이 되어버렸다.
잠깬지 얼마 안되어 살짝 휘청거리며 도서관에서 나와 지하철 역까지 가기 위해 학교 정문을 향해 난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엎드려 잔 자세가 문제였는지 아픈 고개를 치켜 든 순간 높은 빌딩보다 더 높은곳에 휘영청 뜬 보름달이 보였다.
밝고 얼룩조차 맑은 깔끔한 형태의 달.
'이쁘다..'
하는 순간 몸이 앞으로 쏠려 아득한 계단 끝으로 구르뻔했지만 다행히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주었다.
"위험하잖아요"
"아, 그러네. 미안"
"미안할것도 아닌데.."
조금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같은 과 두 학년 후배가 말했다. 소심해보여도 싹싹한 녀석이라 알게 모르게 선배들 사이에선 좋은 소리 듣고있다.
그렇다고 그 선배들 사이에 그가 껴있는 건 아니다.
"이 시간까지 뭐하고 있었어? 시험기간도 아닌데"
"동.. 동아리 모임 때문에 잠깐 들렀어요"
"모임? 연락 없었는데?"
"아..2학년끼리만 모이는거라 선배에겐 연락 안했을껄요"
"아아~"
"선밴 뭐하느랴 그렇게 정신을 놓고있었어요?"
"달..때문에.."
"달?"
그 후배가 달을 보려 고갤 든 순간 후배도 휘청했다.
"조심조심"
"아, 죄송해요"
"죄송할것도 아닌데.."
조금은 웃기다는 표정으로 같은 과 두 학년 선배가 말했다. 무심해보여도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 알게 모르게 후배들 사이에선 주의 대상이되고 있다.
그렇다고 그 후배들 사이에 그가 껴있는 건 아니다.
"달이 이쁘길래"
"그러네요, 예쁘네요"
맞춤법 맞춰가며 적당히 맞장구 치던 후배는 달을 보니 정말 빠져들었는지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달 보니깐 정말 시간 잘가는것 같아요"
"너무 멀어서 그래"
"왠지 알 것같네요.."씁쓸하게 말하는 후배를 보고 선배는 조금 웃었다.
"그렇다고 달이 어디 가버리는 것도 아니지만.."하고 말끝을 흐렸는데 순간 배꼽시계가 울렸다.
"저녁굶고 잤더니..배고픈데 먹을것 좀 사주라"하고는 후배 가방 줄을 잡고 계단 아래로 끌고간다.
"잠깐잠깐, 나 정말 동아리 모임에 뭐 먹고 그래서 돈없거든요?"
"뻔뻔하긴, 동아리 모임 거짓말인거 알고있거든?"
"어?"
"동방 내부 수리하느랴 안열었어. 자꾸 습기차서 분홍색 곰팡이 피고 그래서"
"윽"
"곱창먹자"
"아? 네.."
거짓말 한 이유에 추궁할줄 알았는데 쉽게 넘어간것에 놀랐지만 앞서가는 선배를 쫓아가느랴 그냥 넘겨버렸다.
띄엄띄엄 등이 나가버려서 계단이 잘 안보였었는데 오늘은 달빛에 계단이 잘보이는 듯 했다.

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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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굣길 달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