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 11.03.23.
그는 축제다 뭐다 해서 시끄러운 학교에서 벗어나 작고도 더러운 치킨집에 가서 열심히 술을 마셨다.
아는 지인과 같이 간거였지만 누구와 갔든 개의치 않아 보였다. 아마 매우 싫어하는 농구부 선배와 갔었어도 별로 신경 안썼을 것이다.
그다지 능력이 있다거나 외모가 눈에 띈다던가 끼가 많다던가 그 어느 하나 갖추고있지 않아 그낭 적당히 허허 거리면서 남몰래 많이 마시고있었다. 다만 옆 옆 그리고 그 건너편에 앉은 한 동기생 빼고.
술기운에 점점 취기가 올라 더욱더 시끄러워질 무렵 그는 반대로 점점 말이 없어지고 조용해졌다. 꼭 그대로 조용히 죽을것만 같았다.
"아, 나 화장실 좀"하고 일어서선 좌우 거꾸로 신을 신고 밖을 나섰다.
꽃샘추위 때문에 을씨년스럽게 추웠지만 하늘만큼은 구름 한점 없었다. 그리고 별도 없었다.
밤하늘을 보다가 몇 안되는 계단에 넘어질뻔했다.
대신에 인도 가의 커다란 빙수 그릇 같은 큰 화분에 심어놓은 팬지꽃에 얼굴을 박았다.
꽃냄새와 황사의 먼지냄새가 났다. 그리고 흙이 들어갔는지 입안이 으적거린다.
그대로 그냥 그대로, 무릎을 꿇고 팬지꽃에 얼굴을 박고있었는데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멀리 들린다.
그가 원하는 목소리.
는 아닌것 같다. 그래서 그냥 팬지꽃에 얼굴을 더 깊숙히 묻었다.
다음날 망친 팬지꽃에 대한 배상을 해야했다.
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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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토요일 하굣길에 화단을 보다가.